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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3



(행복 찾아 세계여행) 1화. 사람으로 기억되는 곳, 바이런 베이


지난 해 10월, 행복 찾아 세계여행을 떠난 이상민 유다현 부부.
현재 이들은 아직 여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이들이 전하는 첫번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금부터 소식이 들려 올 때마다 이 곳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유인터내셔널과 미스테리 랜치는 이 두 분의 여정을 응원하고 함께합니다.

그럼, 그 첫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세계여행 떠나기 전 인터뷰 모습과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

사람으로 기억되는 곳, 바이런 베이

지극히 개인적인 은둔형 취향으로 호주 도시를 고르던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 서핑과 히피들이 많은 예술 휴양 도시라는 정보만 듣고 호주의 많은 도시 중 바이런 베이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 곳에서 머문 2개월이 지난 후, 정말 값진 시간과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섰다.

 

여유로운 바이런 베이의 모습

분필 하나만 있으면 땅바닥이 도화지가 되고, 맨발이 더 친숙한 아이들.
아침의 여유를 만끽하는 삶을 살아가는 곳.
한참 꿈나라에 있을 아이들도 파머스 마켓이며, 카페며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싱싱한 야채, 버스킹, 바나나맨까지. 활기찬 파머스 마켓.

 

파머스 마켓에서 장도 보고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준비중

시장만큼 사람냄새 짙은 곳이 또 있을까?

매주 목요일이면, 파머스 마켓이라는 장이 선다.
싱싱한 로컬푸드 식자재들이 가득하고, 아빠가 바구니를 들고 아이들을 데리고 장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갑자기 기타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마켓 한 가운데에서 귀 호강 시켜주는 아침 버스킹이다. 잠시 라이브 연주에 흠뻑 취해본다. 이른 아침 다들 부지런하게도 이 곳에 모이기 시작하며 활기찬데 여유로운 특유의 공기가 감돈다. 마켓 주인들 중 단연 눈에 띄는 바나나맨의 위트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온 몸으로 "저 바나나맨이에요."라고 발산하신다. 장을 본 뒤 따스한 햇살 아래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는 풍경이 참 보기 좋다. 어디서든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건낼 줄 아는 바이런 베이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다. 5개월 정도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고 그 때를 회상해보는 지금도, 바이런 베이만큼 따뜻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은 만나기 쉽지 않았다.

 

두 평 남짓한 커피숍.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

건물과 건물 사이 정말 작은 두 평 정도 남짓한 커피숍. 그냥 버려질 수 있던 공간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놀라운 공간이 되었다. 즐기며 일하는 모습에 커피를 기다리면서도 절로 흥이 난다. 완벽하진 않아도 자연스럽고 특색있는 이 곳 스파이스 커피가 맛도 공간도 참으로 좋다.

 

매일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바이런 베이 해변

바이런 베이에는 서핑의 성지인 만큼 단연 서퍼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
깨끗하고 파아란 바다 빛에 출렁이는 파도를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린다.
틈만 나면, 낮이고 밤이고 바이런 베이 해변으로 나가곤 했던 시간.
갈 때마다 신기하게도 같은 바다인데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버스커의 라이브 음악과 함께 광합성하며 보내는 시간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아이고 어른이고 바다와 함께인 바이런 베이 사람들, 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해 질 무렵 바이런 베이 해변에 삼삼오오 몰려드는 사람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와 어스름한 푸른 빛이 해변 근처에 감돌기 시작하면 마치 축제라도 시작된 듯이 다양한 연주가들과 버스커들이 라이브 음악을 들려준다.
모두가 함께인 곳, 너도나도 한데 어우러져 흥에 심취하는 시간. 저녁이면 맥주 한 병에 피자 한판을 사들고 참새가 방앗간 가 듯 그 곳으로 향하는 이유이다.

 

다양한 종류의 버스킹 무대가 펼쳐진다.

이 곳에서 버스킹을 접해보기 전에는 부끄럽지만 버스킹을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들, 혹은 아직 정식 데뷔를 하지 못한 아마츄어인 사람들이 돈벌이를 위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시내 중심가를 거닐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버스킹이 들려온다. 콘서트보다 버스킹을 더 좋아하는 나는 자연스레 이끌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녀 들어본다. 너무 좋은 나머지 순간 울컥하기도 하며 물개박수를 친다. 수준 높은 노래와 연주를 들을 수 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호주에서도 특히 바이런 베이의 버스킹은 수준 높은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수준의 여부를 떠나 더 중요한 것은, 그들 중에 꽤 유명한 음악인들도 많지만, 그들은 길거리 공연에서 바로 사람들과 호흡하며 버스킹을 하는 것을 더 즐긴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 때 CD를 사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역시 여행에서는 순간이 중요하며 나중이 아닌 지금을 즐겨야 한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호주에서 갑자기 팝송이 아닌 마이너 뽕끼 라틴음악이 들려 온다. 기타 연주며 목소리며 순식간에 매료되고 만다. 중년의 콜롬비아 아저씨다. 그리고 바이런 베이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마주치게 되며 우린 서로를 알아보고 타국에서 이방인끼리 정을 나누는 인연이 되었다.

어느 금요일 저녁, 매일 우리가 오가는 길에 찜해두었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어보자며 갔는데 그 분이 그 곳에서 버스킹을 하고 계셨다. 이번엔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다. 어쩐지 얼굴도 더 좋아보이고 음악도 신난다했더니 아들과 함께하는 버스킹이었다. 세계 곳곳을 아들과 함께 버스킹을 하며 여행하시는 아저씨가 진심으로 멋졌고 마음속으로 깊이 응원을 보낸다. 지금도 어딘가 길거리를 마이너 뽕끼 라틴음악으로 채우고 계시겠지?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

아침 잠이 많더라도 바이런 베이에서는 부지런을 떨어 볼 필요가 있다.
이른 아침 6시 30분부터 오픈하는 카페들, 아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즐기는 그 곳 사람드로가 로컬 카페에서 함께 브런치를 즐겨보는 것 또한 바이런 베이 여행의 재미 중 하나이다.

바이런 베이에는 브런치를 위한 카페가 많으며, 대게 오후 2,3시면 영업을 마친다.
한번쯤은 부지런을 떨어 따스한 미소로 맞아주는 하루를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타인에게 눈인사 할 수 있고, 가만히 함께 노을을 바라 볼 수 있는 여유. 내 기준에 진짜 부자란 이런거라 생각한다. 내적자아 부자가 진짜 부자이리라. 마음이 허하다면 돈으로 일회성 채움은 가능할지 모르나, 곧 다시 흔들리고 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부지런히 내적자아를 살찌워 험한 세상 갖은 풍파에 덜 흔들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하는 "folk"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

채식주의자를 위한 카페며 식당이 많은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FOLK"란 곳이다.

이름부터 컨트리한 느낌이 든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안쪽에 위치해있다. 주변에는 꽃이며 채소를 많이 키우고 있고 중간중간 키친에서 직원이 나와 꽃을 한바구니 뜯어가는 걸 볼 수 있다. 식자재가 신선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주문 후 진동벨이 아닌 이름을 불러주는 곳, 차갑지 않고 따스해서 좋다.

이 곳이 그 어디보다 뛰어나게 맛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자연스러움이 조화로울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참으로 큰 힘인 것 같다. 큰 땅덩어리가 새삼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사람과 공간이 함께 어우러짐이 참 인상깊은 곳이었다.

 

두 달 동안 매일 지나가던 익숙한 길

퍼퓸로드라고 이름 짓고 매일 오갔던 길목^^ 프렌지파니며 이름모를 들꽃까지 우리가 머물렀던 2개월동안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향기 길이다^^

 

매일 가던 마켓 매장 입구에서 모닝 신문을 읽고 계시는 분

우리가 매일 가던 마켓 매장 입구 정중앙에서 모닝 신문을 읽고 있는 분.

세상은, 생각보다 내가 의식하는 것처럼 나에게 관심이 있지 않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나답게, 너무 주변 의식말고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가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굳이 좋은 곳을 찾지 않아도 되는 랜드마크라고는 없는 바이런 베이는 그냥 머물러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 그 자체가 얼마나 인상적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