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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와일드의 PCT 이야기) 5화.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5화.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눈과 비 그리고 가을과 겨울”

안녕하세요, 2016년도 PCT(Pacific Crest Trail, 이하 PCT) 하이커인 [Team Wild]의 사진작가 황재홍입니다. 칼럼 3화에서는 캘리포니아 구간의 경험담, 4화는 축축했던 오레건 구간의 경험담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번 5화에서는 마지막 주였던 워싱턴 구간에서의 경험담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워싱턴 = Low Sierra

상대적으로 완만했던 오레건과 달리 워싱턴 구간의 산세는 다시금 험해집니다. 그래서인지 PCT 하이커들은 워싱턴 구간을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구간과 비슷하다 하여 낮은 시에라(Low Sierra)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낮은 시에라(Low Sierra)라고 불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워싱턴 구간

다시금 고도가 높아지며 반복되는 업힐과 다운힐에 상당한 체력 소모가 되면서 이 시기에 많은 하이커들이 육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본인에게 알맞은 운행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 또한 길의 막바지 정신적 피로감으로 인해 잠시 산을 벗어나 워싱턴의 대도시인 시애틀에 친구를 만나러 다녀오기도 하였는데요.. 캘리포니아와 오레건을 걷는 동안 트레일의 모든 상황에 적응이 되었지만, 힘든 것은 끝날 때까지 마찬가지였습니다.

2. 눈과 비의 연속 ; 계절의 변화

워싱턴 주는 위도상 한국보다도 훨씬 위에 있고, 겨울 왕국 캐나다와도 근접해 있다 보니 워싱턴 구간을 들어서서는 본격적으로 추위와 맞서야 했습니다. 계절의 변화 또한 추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PCT를 걸으면서 초반 사막 지형을 건널 때는 뜨거운 여름을, 오레건 지형을 건널 때는 한 여름의 장마철, 워싱턴에서는 빨갛게 물들어있는 가을과 눈이 내리는 초겨울까지 3가지의 계절의 변화를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이처럼 수시로 변하는 기후에 알맞은 장비와 옷이 필요합니다. PCT와 같은 장거리 하이킹에서 이 점을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게 많은 하이커들이 4월 중순부터 5월 초에 출발하는 이유도 날씨를 고려하기 때문인데요. PCT를 완주하기 위해 최소 4개월에서 최대 6개월이 걸린다는 가정을 했을 때에 4월 중순에서 5월 초가 출발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월 중순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엄청난 눈 폭탄으로 인해 몇몇 트레일이 통행금지가 되기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PCT 한국인 하이커 중 몇몇은 그 눈 폭탄에 참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노랗게 혹은 빨갛게 트레일이 물들었다. 트레일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이번 계절의 변화는 이 길의 끝이 다가옴을 뜻하는 거겠지.


10월이 되면서 매일 극한의 추위에 몸을 떨어야 했다.


10월 중순의 위싱턴은 무척 위험하다. (2016년 긍지의 한국인 PCT 하이커, 비버와 복어)

3.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두 청년의 꿈을 함께 해준 미스테리랜치 (좌) 황재홍군, (우) 이우찬군

4,300Km(2650Mi), 154일, 6개월은 팀와일드의 청춘의 시간이자 지도.

긴 길의 끝에 서면 너무 기뻐 눈물이 나거나 환호를 지를 거라 상상해왔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좋은 것도 잠시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동안 기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었습니다.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커서 그랬던 것이겠죠. 귀국 후 한참이 지난 뒤 긴 여행을 정리하기 시작했을 때, 2015년 PCT를 걸으신 양희종 형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무슨 의미일까 한참을 고민한 뒤에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긴 고행길을 걸었다고 해서 나 자신이 당장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그곳에서 느꼈던 많은 사색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나만의 일상을 꾸려나갈 것이기에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고 하신 거겠죠.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PCT라는 장거리 트레일은 제 가슴속에 녹아들어 제가 어떤 길을 나아갈 순간에도 용기와 지혜를 줄 것이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겠죠. 그렇기에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때론 발에 물집 30여 개를 달고 사막을 건너고, 곰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으며, 모기와 진드기로 인해 피부가 상하기도 하고, 매일 비가 와 추위에 떨면서 걷고 또 걸어 154일간의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PCT는 어떤 의미였냐고 묻습니다. 그 길을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해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만, 저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진정 사유와 사색이 흐르는 길이었다.” 그렇습니다. 우린 경쟁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레이스를 펼쳐나갑니다.. 그것을 통해 성취도 하지만, 더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사자가 맹수로 불리는 이유는 수많은 맹수들이 즐비한 초원에서 몇십 시간 동안 배를 뒤집고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을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을까요? 때론, 가던 길을 멈추어 잠시 호흡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장 소중한 것이 내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5섯편의 글은 장거리 하이킹을 하기 위해 꼭 챙겨봐야 할 좋은 지침서는 아닐지 모릅니다. 허나, 저는 단지 이 글들이 당신의 힘든 일상에 위로가 되길 희망하며, 또 다른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마칩니다. 부족한 글을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미스테리 렌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청년들의 꿈과 함께하는 배낭, 미스테리 렌치와 함께 긴 여정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많은 분들 덕분에 큰 부상 없이 그 끝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길 위에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ee you on the trail!


두 청년의 꿈을 함께 해준 미스테리랜치

지금까지 5회에 걸쳐 PCT에 대한 정보, 각종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작성해주신 팀와일트 황재홍군에게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다음편에는 황재홍군이 154일 동안 4,300Km(2650Mi)를 걸으며 느꼈던 "사색과 사유가 흐르는 길"에 대한 에세이가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