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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6






MYSTERY RANCH



누구를 위하여 배낭은 진화하는가 _ 핀틀러



미스테리 랜치_핀틀러 PINTLER

1. 배낭이란 무엇인가
배낭이란 무엇일까. 배낭 하나 소개하기 위해 ‘역사란 무엇인가’ 류의 질문을 던지는 것은 무척이나 식상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을 보면 늘 떠오르기 때문이다.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을 보고 만지고 사용하다 보면 제품을 통해 만든 이들의 고민이 느껴진다. 이 배낭은 어떤 사람이 멜까, 그 사람은 어떤 짐을 나르기 위해 이 배낭을 사용할까, 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이 배낭을 사용할까, 그가 하는 일에 배낭이 힘을 보내기 위해 혹은 최소한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런 질문들은 고스란히 하나의 꼭짓점으로 모인다. 배낭이란 무엇인가.

무게를 들고 이동하는 여러 방법 중 가장 무게를 덜 느끼고 손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등에 메는 방법이기 때문에 등에 멜 수 있는 가방이 배낭이다. 배낭은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발을 사용하지 않아 수시로 상태를 확인하거나 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낭은 편안해야 한다. 무게를 감당하기 좋은 방법이므로 사람들은 더 무거운 짐을 감당하려 하기 때문이다. 필요는 변화를 불러온다. 핀틀러를 보자.

 



2. 나이스 롱보우에서 거듭난 핀틀러
핀틀러는 올해 새로 선보인 헌터 시리즈의 배낭이다. 용량은 40L,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생김새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나이스 롱보우의 후속 모델이다. 나이스 롱보우의 용량은 39L였으니 용량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핀틀러에는 배낭 위쪽으로 커다란 짐을 고정할 수 있는 오버로드 셸프 기능이 있어 부피가 크거나 정형화되지 않은 짐을 실을 수 있다. 거꾸로, 무게는 줄었다. 3kg이었던 나이스 롱보우에 비해 약 700g이 가벼워진 2.36kg이다. 감량 성공의 주된 이유는 프레임이다. 프레임을 자세히 살펴보자.

 



3. 가이드라이트 프레임의 탄생
핀틀러의 프레임은 가이드라이트 프레임이다. 나이스 롱보우의 프레임은 이름처럼 나이스 프레임이었다. 나이스 프레임은 밀리터리 라인과 헌팅 라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었다. 최고 70kg까지 지지할 수 있는 튼튼한 프레임이었다. 전투를 비롯한 작전에 필요한 장비들을 운반해야 하는 밀리터리의 특성과 포획물인 짐승을 운반해야 하는 헌팅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무거운 짐을 메고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나이스 프레임의 목적이었다.
‘배낭이란 무엇인가’ 제작자의 질문이 시작된 지점이다. 기본적으로 같은 목적이라고 해도 군인과 사냥꾼이 처한 상황은 차이가 있다. 뭐가 다를까, 그 차이를 배낭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고민의 결과가 가이드라이트 프레임이다. 올해부터 미스테리 랜치의 밀리터리 라인과 헌팅 라인은 분리되었고, 헌팅 라인에는 가이드라이트 프레임이 적용되었다. 가이드라이트 프레임은 1년 이상 연구와 개발, 필드 테스트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뭐가 달라졌을까.
원단을 뺐다. 기존의 프레임에서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원단을 빼고 뼈대만, 그러니까 프레임만 남겨두었다. 덕분에 2.1kg이었던 나이스프레임의 무게에서 33%의 경량화를 실현해 1.4kg의 무게로 프레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달라진 건 또 있다. 기존 나이스 프레임에서 착용감과 지지력을 높이기 위해 추가로 달았던 나이스 리프트 킷을 가이드라이트 기본 프레임 안에 포함시켰다. 세로 방향의 4개 뼈대 중 가운데 2개를 길게 연장해 나이스 리프트를 달았을 때와 같은 형태를 이루도록 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 하나, 가이드라이트 프레임과 나이스 프레임은 서로 바꿔 달 수 있다.

4. 세부 모습 그리고 작은 변화들

 

가벼워진 벨트 시스템. 허리를 받치고 있는 부분(빨간 원)이 두툼한데, 기존 벨트보다 두꺼운 부분이 줄어들었다. 무게는 줄였지만 하중이 좁은 곳으로 몰리면서 안정감을 보완하기 위해 배낭 측면에 프레임을 추가하였다. (파란 원)

 

핀틀러에는 기존 나이스 롱보우와 마찬가지로 3웨이 짚 방식이 적용되었다. 3웨이 짚은 모두 열었을 경우 개방감이 좋아 배낭 내부 전체를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부분만 개방해 내부의 원하는 장비를 꺼낼 수 있도록 했다.

 

오버로드 셸프를 위한 스트랩과 버클. 어깨 패드와 배낭 앞쪽을 크로스로 연결함으로써 사슴뿔과 같은 불특정한 형태를 지닌 짐을 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능을 쓰지 않더라도 배낭과 프레임을 밀착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3개의 짚을 모두 개방해봤다. 사진에 보이듯, 중앙에 주머니 하나, 측면에 각 2개의 주머니가 있다.

 

우리나라 캠퍼들이 많이 활용하는 D팩을 넣어봤다. 둘레 사이즈는 L이고 높이 사이즈는 M과 L이다. 둘레는 딱 맞았고 윗부분에 10cm 남짓한 공간이 남았다.

 

측면의 앞주머니에 모노랄의 타프 스카이필름 200을 넣어봤다. 공간이 여유롭다. 미스테리 랜치 배낭의 아이콘과 같은 정면 11자 포켓과 비슷한 크기로 고어 재킷이나 텐트 등을 수납하는 공간이다. 짚 하나만 개방해 쉽게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측면의 뒷주머니는 그물처럼 되어 있다. 내용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배낭 원단에 망사만 단 것이 아니라 주머니를 만들어 고정했기 때문에 주머니 뒤쪽으로 텐트 폴 같은 걸 고정할 수도 있겠다.

 

가운데 주머니는 수낭을 넣는 용도다. 위에 수낭을 고정할 수 있도록 고리가 있고 그 위로 호스를 배낭 외부로 뺄 수 있다. 수낭은 2L짜리를 넣어봤는데 여유로웠다.

 

가슴 벨트에 고무줄을 달아 수낭 호스를 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고무줄은 호스만 고정하는 것이 아니다. 가슴 벨트를 달거나 떼는 일이 훨씬 수월하다.

 

배낭 측면의 물통 주머니. 기존 나이스 롱보우에 없었던 주머니가 생겼다. 날진 1L 물통을 넣어봤는데 딱 맞게 들어갔다. 신축성이 좋은 원단이라 물통을 빼면 배낭과 착 달라붙어 걸리적거리지 않는다.

 

오토락 버클. 일반 버클은 스트랩과 버클의 마찰에 의해서만 잠기지만 오토락 버클은 버클의 톱니바퀴가 한 번 더 고정시킨다. 잡목이 많은 곳에서 나뭇가지에 반복적으로 걸리면 일반 버클이 느슨해질 우려가 있는데 그럴 우려를 원칙적으로 없앴다.

 

사슴뿔을 구하지 못해 흔히 사용하는 캠핑 장비로 확장 기능을 활용해봤다. 맨 아래부터 매트리스, D팩, 텐트, 소형 쉘터다. 40L 배낭에 짐을 다 넣지 못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무거운 짐을 등판 쪽에, 위쪽에 넣는 원칙에 따라 적재하되 사이트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장비를 위에 수납하는 것도 방법이다.

 

5. 남은 과제 혹은 결론
핀틀러는 헌팅 라인의 신제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사냥은 정해진 자들이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만 할 수 있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이들 중 헌터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극히 낮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백패커들에게 핀틀러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40L 배낭으로만 쓰기에는 프레임과 확장성이 너무 아깝다. 40L 배낭을 확장해 80L처럼 쓰자니 80L 배낭을 싸서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40L부터 80L 혹은 그 이상까지 하나의 배낭으로 소화하는 것은 어떨까? 한여름의 백패킹은 40~50L 급으로도 즐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핀틀러가 가진 확장성을 활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뭔가 아쉽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디젤 게이트 때문에 지금은 판매중지가 되었지만 폭스바겐의 골프는 해치백의 무덤인 우리나라에서 수입차 판매 상위 10위권을 늘 지켰다. 국산차도 해치백과 왜건 스타일 버전을 몇 번 선보이긴 했지만 i30와 벨로스터 이전까진 번번이 죽을 쒔다. 이유는 최적화되지 못한 성능과 세단의 뒤통수만 늘린 어정쩡한 디자인이었다. 골프 인기의 비결은 실용성과 디자인이었다. 물론 뛰어난 성능을 기본 전제로 하고.

다시 핀틀러.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은 기본적으로 무게를 효율적으로 분산시켜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다음 실용성. 당일 산행에 적합한 40L부터 겨울철 박배낭으로 활용할 수 있는 80L급까지 변신하니 실용성은 충분하다. 남은 건 디자인. 핀틀러는 기존 배낭에 긴 스트랩 달아 확장성을 늘린 게 아니다. 처음부터 확장 가능한 배낭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고 디자인된 배낭이다. 매다보면 ‘배낭이란 무엇인가’를 가끔 고민하게 된다.

“내가 사슴뿔 묶을 일이 있겠어?”
헌터가 아니라고 선택지에서 젖혀두기엔 너무 아까운 장비다.
헌터가 아니라도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탐험가라면 핀틀러는 꽤 탁월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