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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와일드의 PCT 이야기) 4화. 축축했던 오레건



[4화. 축축했던 오레건]




"울창한 숲과 축축한 비"

안녕하세요, 2016년도 PCT(Pacific Crest Trail, 이하 PCT) 하이커인 [Team Wild]의 사진작가 황재홍입니다. 칼럼 3화에서는 캘리포니아 주를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경험담을 풀어보았는데, 이번 4화는 축축했던 그래서 매력적이었던 오레건 주의 매력을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1. 오레건 = 호수 ?!

3개월 반이라는 시간을 걸었던 캘리포니아를 건너 도착한 오레건은 듣던대로 트레일에서 울창한 숲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하며(평평한 것은 아니에요.), 비가 자주 온 탓에 축축함을 느낄 수 있었던 오레건 구간은 주로 호수를 끼고 재보급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요, 그로 인해 호수의 웅장함과 더불어 고즈넉함을 자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깊은 크레이터 호수(Crater Lake)


트레일에서 이정표를 만나면 지나온 거리를 떠올려보곤 한다. 그 순간 남은 거리에 대한 걱정보다는 지난 경험에 대한 지혜로 우린 확신에 가득차있었다.

※ 크레이터 호수(Crater Lake)

크레이터 호수는 앞서 소개 드린 바와 같이 미국에서 가장 깊은 호수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관광객들과 하이커들이 쉬어가며 구경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PCT 하이커들이 크레이터 호수를 즐기는 방법은 중 일반적인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①림(Rim) 트레일 걷기
크레이터 호수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역시 호수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죠. 호수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트레일이 닦여 있는데, 그 트레일을 림 트레일(Rim Trail)이라고 합니다. 총 길이는 13Mi(21Km)이고 난이도는 엄청 쉬운 편은 아닙니다. 허나, 많은 관광객과 PCT 하이커 그리고 데이 하이커(Day hiker)이 호수의 경관을 둘러보기 위해 걷곤 합니다.

②호수를 바라보며 비박
크레이터 호수를 둘러보는 림 트레일에서는 텐트를 칠 수 없습니다. 허나, 많은 하이커들이 크레이터 호수의 멋진 일출을 보기 위해 림 트레일에서의 하룻밤을 선호하는데, 대부분 비박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비박을 하며 호수의 멋진 일출을 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 남아있는데, PCT 혹은 크레이터 호수를 구경하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비박을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재보급지인 Shelter Cove Resort 역시 고즈넉한 오델 호(Odell lake)를 끼고 있다.

캘리포니아 구간의 재보급지는 주로 산 밑에 있는 마을입니다. 허나, 오레건 구간은 호수를 끼고 재보급지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았습니다. 주로 재보급지에 오면 가장 먼저 무거운 가방을 던져버리고 호수로 달려가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곤 했었는데, 호수의 고즈넉함이 좋았을까요, 차분함이 좋았을까요. 호수의 앉아 힘든 여정을 나아가고 있는 저 스스로를 많이 위로했습니다. 이처럼 오레건 구간의 매력은 마음의 안식처, 호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캘리포니아 구간의 재보급지 중 호수를 끼고 형성되어 있는 곳이 있으며, 오렌건 구간의 재보급지 중에서도 산 밑에 마을로 형성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2. 오레건 = 촉촉함 ?!

운이 좋았던건지 트레일을 걷기 시작한 첫 날을 제외하고는 비를 맞은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더운 사막을 건널 때는 시원한 비를 원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오레건으로 올라와서는 정말 많은 비를 맞았습니다. 매일 젖은 상태로 걷고 자며 트레일을 운행했었는데 그로 인해 체온 유지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트레일에서 3일 연속으로 비가와 모든 물건이 다 젖어버렸다. 다행이 다음날에는 비가 안와 출발을 늦추고는 모든 물건을 나무에 걸어 말리는 중


멈춘 줄 알았던 비는 그날 저녁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고, 주위의 기온은 다시 쭉쭉 덜어져갔다.


비가 온다고 해서 걷는 것을 멈출 순 없다. 몸에는 레인자켓을 걸치고 가방은 레인커버를 씌운 채 길을 나서야 했다.

비가 오면서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캘리포니아에서의 맑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보기 힘들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오레건의 두 번째 매력은 축축함이 가득한 트레일인 것 같아요. 뜨거웠고 맑았던 캘리포니아의 날씨와는 상반되지만, 레인자켓 위로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와 텐트를 적셔오지만 텐트 플라이 위로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는 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비가오는 트레일은 항상 축축한 낭만이 넘쳐 흘렀다.


비가 온 다음날 아침은 맑은 공기와 함께 아름다운 물안개를 선물해줬다.


길을 걸으며 꿈이 생겼다, 민들레씨가 흩날리면 곳곳에 생명을 불어넣듯 나도 사회 곳곳에 긍정에네지를 불어넣는 청년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

3. 오레건 = 화산지대?!

오레건 구간에서 가장 독특했던 트레일은 바로 화산지대(Lava Fields)를 지날 때가 아닐까 싶어요. 트레일의 주변 경관이 흙에서 화산암으로, 울창한 숲에서 화산으로 인해 색이 바랜 하얀 나무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 구간은 신기해서 좋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흙에서 화산암으로 바뀌다 보니 발목이 자주 꺾기기도 하고, 발바닥에 닿는 표면적이 좁아지고 뾰족해져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구간만은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걷기도 하니 오레건의 세 번째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발 아래는 화산암이 가득한 화산지대가 다소 산만해보이기도 한다.


모든 환경이 갑작스레 바뀌어버리는 구간


오레건의 화산지대를 구경하러 많은 관광객이 트레일을 찾는다.

4. 오레건 = PCT DAYS?!

오레건 구간의 가장 특별한 매력은 바로 'PCT DAYS'입니다.

※ PCT DAYS란?

매년 8월 말, 킥오프 행사(NOBO 하이커 기준에서 4월 중순에서 말에 개최하는 공식 행사)를 기점으로 출발한 PCT 하이커들이 전체 구간 중 약 1/5을 남겨둔 지점, 즉 오레건 주와 워싱턴 주의 경계인 신들의 다리가 있는 캐스캐이드 락에 도착할 시점에 맞춰서 진행되는 하이커를 위한 축제이다. 킥오프 때와 마찬가지로 얼마 남지 않은 완주를 축하하고자 PCTA 주최 측과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가 참가해 2박 3일간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한다. PCT 하이커는 캠핑을 비롯한 대부분을 무료로 제공받는다.(출처 : '나를 찾는 길'의 저자 김광수)

5월에 길을 나선 저희는 킥오프 행사를 참석하지 못했지만, PCT DAYS는 참석을 했습니다. PCT DAYS의 가장 큰 장점은 첫 번째로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던 친한 하이커들을 한자리에서 다 만날 수 있다는 것. 걷는 속도가 다 다르다 보니 일정 구간 같이 걸으며 친하게 지냈던 하이커들도 떨어지게 되는 게 당연지사인데, 이 행사를 참석함으로써 오랜만에 만나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죠?


이 긴 길을 걷고 있는 한국인 하이커가 PCT DAYS에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다.


이 행사를 끝으로 우린 다시 뿔뿔이 흩어졌지만 이날의 행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PCT DAYS의 두 번째 장점은 바로 여러 아웃도어 제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PCT 하이커들과 하이킹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이다 보니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부스를 설치해 제품 홍보를 하는데요. 실제로 착용해 볼 수도 있고, 시중가보다 싸게 구매도 할 수 있으니 하이킹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찬스이겠죠?

세 번째 장점은 미국의 파티 문화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림 14 지역 밴드의 노래가 PCT DAYS를 한층 고조시켜줬다.
낮에는 주최 측과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행사가 주를 이룬다면, PCT DAYS의 밤은 그야말로 황홀합니다. 밴드가 행사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하이커들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신나게 춤을 춥니다. 영화에서만 접했던 미국의 파티 문화를 즐거운 자리에서 접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지역 밴드의 노래가 PCT DAYS를 한층 고조시켜줬다.

오레건 구간의 매력을 4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오레건은 캘리포니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아주 강렬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위의 매력들 덕분이었겠죠. 5화에서는 긴 길의 끝이 기다리는 워싱턴 주입니다. 캐나다가 가까워질수록 상상할 수 없는 추위에 맞서야 했는데요. 워싱턴 구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하시면 5화를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