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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와일드의 PCT 이야기) 3화. 긴 걸음의 시작, 캘리포니아 (2부)



[3화. 긴 걸음의 시작, 캘리포니아 (2부)]




안녕하세요. 2016년도 PCT(Pacific Crest Trail, 이하 PCT) 하이커인 [Team Wild]의 사진작가 황재홍입니다. 칼럼 3화 1부에서는 물집, 뜨거운 더위에 관한 에피소드에 이어 2부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에피소드 2. 'Central California' High Sierra, Hi Sierra
; 험난한 고산, 곰의 습격


▶ 험난한 고산

사막 지형이 끝나고 나면 조금 쉬울 줄 알았는데 High Sierra 구간으로 올라가면서 새로운 어려움과 마주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매일같이 펼쳐지는 험난한 고산’이었습니다.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 휘트니산의 정상에 오르고서..

반복되는 업힐과 다운힐에 고도가 높아지면서 많은 하이커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들어 하는 구간이 바로 High Sierra입니다. 이 구간에서 많은 하이커들이 반복되는 가파른 트레일에 무릎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고산병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허나, 상대적으로 사막 지형보다는 물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형성된 수많은 그늘로 시원한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High Sierra의 고산에서 본 수 많은 별과 은하수

High Sierra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체온 유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막 지형도 일교차가 크지만, 고산지대인 High Sierra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추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트레일은 아직 녹지 않은 눈들로 가득해 신발이 자주 젖어 축축했고, 밤에는 다소 바람이 많이 불어 추위와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까지 가는 5~6개월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온도가 변하니 상황에 맞게 옷을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체온 유지 이외에도 High Sierra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로 ‘모기떼의 습격’입니다. 주로 눈이 녹은 곳에 기생하는 모기떼들은 High Sierra에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하이커들은 얼굴과 팔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긴 옷을 입거나 얼굴에 모기장을 쓰곤 하는데요. 모기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은 저희는 아직도 많은 흉터들을 팔다리에 품고 있습니다.

※ 눈과 High Sierra의 상관관계
눈과 High Sierra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High Sierra에는 눈이 많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옴과 동시에 PCT 하이커들의 탄식도 함께 터져 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PCT 구간 중 가장 힘들지만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한 High Sierra를 눈으로 인해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NOBO 하이커 기준으로 6월에서 7월 사이에 High Sierra를 지나가게 되는데, 아무래도 고산 지대이다 보니 지난겨울에 왔던 눈이 여름임에도 녹지 않고 싸여있어 High Sierra의 일부 구간이 통제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매년 PCT 하이커들은 High Sierra의 눈 소식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부 하이커들은 High Sierra의 절경을 즐기기 위해 하이킹 출발 시간을 늦추어 일부러 SOBO로 캐나다 국경에서 출발하기도 합니다.


6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트레일을 덮고 있다.

▶곰의 습격
High Sierra로 진입하면서 많은 하이커가 무릎에 통증을 호소한다고 앞서 설명드린 바 있는데, 그것은 험난한 산세를 건너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배낭 무게가 이전에 비해 무거워진다는 것에도 있습니다.

① 재보급의 어려움
배낭이 무거워지는 첫 번째 이유는 High Sierra에서는 재보급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앞서 2화에서 재보급의 중요성과 방법을 설명드렸는데, High Sierra에서는 그 중요성이 다른 구간보다 배가 됩니다. 고산 지대이기에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PCT를 벗어나 마을로 가는 트레일을 따라 한참을 내려와야 하고, 재보급을 마치면 내려왔던 길을 따라 다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체력 소모를 겪게 됩니다. 따라서 High Sierra에서 재보급지 설정은 아주 치밀하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하이커들이 자주 마을을 내려가는 것보다 다소 무겁지만 많은 양의 음식을 짊어지고 걷기에 본인의 평균 식사량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곰통 (Bear Canister)
배낭이 무거워지는 두 번째 이유는 High Sierra에 살고 있는 수많은 곰들 때문입니다. High Sierra 구간 중 특히 Yosemite National Park 근방에는 수많은 곰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설마 곰이 음식 냄새를 맡고 텐트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공격하랴 생각할 수 있지만, 곰의 후각이 극도로 예민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미국 흑곰(America Black Bear)의 후각은 사람에 비해 100배나 뛰어나다는데 이는 조난자를 찾는데 뛰어난 블러드 하운드 개의 후각보다 7배 뛰어나다고 합니다.

 

※ 곰통(Bear Caniter)이란

튼튼한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된 통을 말하는데 동물이 열 수 없도록 일종의 잠금장치가 있는 뚜껑과 음식물 등을 넣을 수 있는 큰 용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는 곰이나 야생동물을 유인할 수 있는 음식뿐 아니라 모든 냄새나는 물건 – 치약, 비누, 향수, 로션, 썬크림 -과 음식물 봉투는 물론 쓰고 난 화장지(Toilette Paper)까지 넣어두어야 안전합니다.
미국 일부 국립공원 등에서는 이런 곰통을 반드시 지참토록 하고 있고 곰통이 없는 하이커들은 레인저들에 의해 제지당한다고 하니 High Sierra 구간에서는 필수적으로 소지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기에 곰통은 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혹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구매해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많은 음식물을 곰통에 넣은 채 배낭을 짊어지므로 배낭은 한층 무거워집니다.


곰에게 습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튼튼했던 미스테리랜치 배낭.

저희 또한 사전에 곰통을 구매해 이전에 비해 무거워진 배낭을 짊어지고 High Sierra 구간을 걸었습니다. 때는 Red Meadows를 지날 때였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상쾌한 하이킹을 마치고 도착한 캠프 사이트에 텐트를 친 후, 텐트에서 최대한 떨어진 곳에 곰통을 두고 일찍이 모기를 피해 텐트로 들어가 일기를 쓰던 중이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다른 하이커들이 냄비를 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슨 일인가 하고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땐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습니다. 곰 두 마리가 저희 텐트 옆으로 와 텐트 옆 고이 세워둔 배낭을 물고 갔다고 설명하는 다른 하이커들. 분명 모든 음식물을 곰통에 넣어 보관을 한 저희로서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배낭에 남아있던 초코바 비닐과 진통제(알약)가 원인이었습니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큰 화를 불러왔고, 이 일로 인해 저흰 다음날 아침 일찍 가방을 부둥켜 안고 마을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한국에서 다시 가방을 보내주셨다.

마을로 내려와 정신을 차린 후, 저희의 여정을 도와주셨던 유인터네셔널(미스테리 랜치)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드렸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저희를 걱정해주신 팀장님과 차장님께서는 다시금 가방을 보내준다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하셨고, 저흰 1주일 뒤 가방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장거리 하이킹을 준비하는 많은 예비 하이커 분들은 저희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리고 저희가 여정을 다시금 이어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유인터네셔널(미스테리 랜치)에게 감사함에 부끄럽지만 그때의 상황을 글로 풀어봤습니다.



'Northern California' 3개월 반의 끝지점


다소 평평한 Northern California

사막 지형과 High Sierra를 통과한 후 마주한 Northern California 트레일의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쉬웠으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힘들었습니다. High Sierra에 비해 다소 평평했던 트레일에 많은 하이커들은 지루함과 정신적 피로도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10Mi이나 오르막이 지속되던 한 날, 어깨는 축 쳐있었는데 때마침 정상인지 햇빛이 머릴 내리쬐기에 고개를 든 순간 아름다운 절경은 모든 피로를 씻어내주었다.

Northern California는 High Sierra와는 달리 곰통을 꼭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기에 무게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여전히 트레일에 곰과 사슴 등 동물이 많기에 텐트에 들어가기 전 음식물을 항상 나무에 걸어 보관을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구간은 PCT 구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렇기에 저희도 3개월 반이라는 시간을 들여야만 했는데요. 모든 구간이 다 기억에 남고 좋았지만, 딱 하나만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캘리포니아 구간을 뽑겠습니다. 긴 시간을 걸었던 만큼 많은 추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아름다운 호수가 많았던 오레건 주입니다. 다소 건조했던 캘리포니아와는 다르게 축축한 매력을 가지고 있던 오레건은 어떤 곳일지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