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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와일드의 PCT 이야기) 3화. 긴 걸음의 시작, 캘리포니아 (1부)



[3화. 긴 걸음의 시작, 캘리포니아 (1부)]




“떨림과 설렘이 공존하는 것, 시작”

안녕하세요, 2016년도 PCT(Pacific Crest Trail, 이하 PCT) 하이커인 [Team Wild]의 사진작가 황재홍입니다. 칼럼 1화와 2화에서는 PCT에 대한 설명과 준비과정을 소개했다고 하면 3화부터는 총 3개의 주를 걸은만큼 각 주에서의 경험담을 글로 풀어볼까 합니다.

에피소드1. 'Southern California' 처음부터 쉬울 수는 없잖아.
; 무릎 부상, 물집, 뜨거운 더위


저희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로 향하는 NOBO(North Bound)를 선택해 멕시코 국경에서 긴 길의 첫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 장거리 하이킹을 즐기는 두 가지 방법 ; NOBO / SOBO란?
NOBO는 North Bound의 줄임말로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를 향해 북쪽으로 하이킹하는 것을 의미하고, SOBO는 South Bound의 줄임말로 캐나다에서 멕시코 국경을 향해 남쪽으로 하이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하이커들이 날씨 등의 이유로 NOBO를 선택해 북쪽으로 하이킹합니다. 이건 PCT뿐만 아니라 CDT와 AT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멕시코 국경에 모인 전 세계 하이커들이 모뉴먼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하이킹 첫날에 당한 부상 “Don‘t be a hero”
멕시코 국경에서 힘찬 기합을 넣고 일본에서 온 부부와 미국인 Wes 할아버지와 함께 북쪽, 캐나다를 향해 첫걸음을 나섰습니다. PCT를 하기 전, 하이킹 경험이 전무했던 저희는 이미 AT를 완주한 경험이 있는 Wes 할아버지에게 하이킹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하이킹 도중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마음을 다잡는 ‘정신적인 부분’이었습니다. Wes 할아버지는 힘든 순간이 오면 항상 ‘It is what it is’를 외친다며, 저희에게 그 뜻을 설명해주셨는데 그 뜻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유연하게 넘긴다는 의미였습니다. 걷다 보면 참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불평을 할 것이 아니라 저 마법의 주문을 외치며 나아가면 그 길이 조금 더 다르게 다가올 거라는 얘기를 해주신 할아버지 덕분에 그 주문을 긴 길이 끝날 때까지 외치고 다녔습니다.


젊음은 경험을 따라가지 못한다. 걷다 보면 중년 혹은 노년의 하이커들도 종종 만나는데 그들은 어떠한 젊은이보다 험난한 길을 잘 헤쳐나간다.

그렇게 정신적인 부분을 가다듬고 한참을 걸어 저녁 무렵이 되었을 쯤, 함께 걷는 이우찬 군의 걸음걸이가 이상했습니다. 하이킹 첫날부터 지나치게 짐을 많이 챙기고, 하이킹 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 무릎을 심하게 압박했던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괜찮다며 걸을 수 있다고 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다리를 저는 모습에 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첫날 맞이한 동료의 심각한 부상을 어떻게 조치해야 되는 걸까, 이 상황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등 많은 고민들이 뇌리를 스치는 가운데 Wes 할아버지는 저희를 향해 “Don’t be a hero!“라고 소리치며 가방을 당장 바닥으로 내리라고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우찬 군은 가방을 내렸고 저와 할아버지는 각자의 하이킹 폴을 이용해 우찬 군의 가방을 바비큐처럼 고정시키고는 도로가 나올 때까지 걸어내려갔습니다.


도로에서 마을 주민(사진 속 가운데)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트레일을 벗어났다. 오른쪽 이우찬 군이 마을 주민의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내려가고 있다.

이 상태로 트레일에 머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도로를 만나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씀하셨기에 저희는 그 말을 듣고 도로를 향해 내려갔습니다. Wes 할아버지의 경험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이킹 경험이 전무했던 저희가 만약 그 순간에 트레일에 머물겠다는 고집을 부렸다면 이른 시간에 귀국을 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그렇게 내려온 도로에서 우연히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오고 있는 마을 주민, Charlie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Wes 할아버지는 Charlie 할아버지께 저희의 상황을 설명하셨고, 저희는 두 명의 할아버지들 덕분에 마을로 내려와 샌디에이고로 복귀한 후, 3일간의 재정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3일간의 재정비에서 앞서 2화에서 소개 드린 바와 같이 재보급의 방법을 습득해 짐을 줄일 수 있었고, 튼튼한 하이킹 폴을 구매해 안전한 하이킹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험난한 PCT를 걷기 위해서는 분신과 같은 하이킹 폴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 멕시코 국경으로 향하는 방법

내가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로 향하는 NOBO 하이커라고 한다면 멕시코 국경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트레일 엔젤의 도움을 이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직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① 트레일 엔젤(Trail Angle)의 도움 받기
미국의 하이킹 문화에는 ‘트레일 엔젤‘과 ’트레일 매직’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길에서 만난 천사와 그들의 선물을 의미하는데요. 저희 또한 캐나다까지 가는 6개월간 정말 많은 트레일 엔젤들의 트레일 매직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하이킹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일부는 PCT와 같은 장거리 하이킹의 경험이 있는 분들이셨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 멕시코 국경으로 향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판단을 한 저희는 한국에서 샌디에이고 행 비행기를 선택했고, 정보를 수집하던 찰나에 샌디에이고에 거주하고 계신 PCT 트레일 엔젤 부부의 정보를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Scout and Frodo" 부부입니다. 이 부부는 이전에 PCT 등 수많은 하이킹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 집에 머무는 하이커에게 하이킹 문화에 대한 교육과 외국인 경우 3일간 숙식을 제공해주며, 멕시코 국경까지 태워주시는 노력들을 하고 계십니다.

더 상세한 정보는 여기 : http://sandiegopct.com/

② 직접 이동
직접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멕시코 국경으로 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엘 카존 환승센터(El Cajon Transit Center)에서 894번 버스를 타고 출발지인 캄포(Campo)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약 2시간이 소요되며 비용은 5달러입니다. 공항에서 오는 경우 다운타운까지 버스로 이동한 후 엘 카존 환승센터로 이동하는 트롤리를 탑승합니다. 버스 운행 시간표 등의 상세한 정보는 구글맵을 이용하여 검색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더 상세한 정보는 여기 : https://www.pcta.org/discover-the-trail/backcountry-basics/pct-transportation/

▶ 물집 부자가 된 사연
길을 걷기 시작한 후 저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물집’이 아닐지... 물집은 하이커마다 다 다르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저 같은 경우 하이킹을 시작한 초반에 물집으로 참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하이킹을 시작한 지 일주일째 되던 날, 첫 보급지인 Warner Springs에 도착한 후의 피가 고여있는 발 상태

물집이 계속 생기고 걷기가 힘들 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며칠간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긴 길을 걷기 위해서는 마냥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것 또한 장거리 하이킹을 하는 하이커에겐 숙명인데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길에서 만난 하이커들에게 배운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① 자기 발에 맞는 신발과 양말 선정
저희는 앞서 2화에서 소개 드린 바와 같이 무거운 등산화 대신 장거리 산행에 편리한 러닝화를 신고 갔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볍지만 장거리 산행을 함에 있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쿠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어야 발의 물집뿐만 아니라 다리 전체의 피로도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양말 또한 물집을 보호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저희는 탄력성이 좋은 포인트식스양말을 유인터내셔널로 부터 제공받아 사용했는데 PCT가 끝날 때까지 양말 두 켤레로 긴 길을 걸었습니다. 그럼에도 헤지거나 구멍이 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메리노 울양말이 트레킹에 좋은 것 같습니다.


포인트식스 메리 노울 양말의 고탄력성은 물집으로 부터 발을 보호해줬다.

②바셀린 연고 사용하기
걷다보니 제 발에 누적 20개가량의 물집이 잡혀 놀랐던 적이 있는데 그때 매일같이 발에 바셀린 연고를 바른 후 걸었습니다. 바셀린 연고는 발바닥이 닿는 표면과의 마찰을 줄여 발바닥에 물집에 생기는 것을 예방해줍니다.

③신발끈 바로 묶기
신발과 양말이 준비되었다면, 이제는 잘 신어서 묶어주는 것이 필요하겠죠. 아래는 신발 끈을 묶는 방법입니다.


올바른 신발 끈 묶는 방법은 물집으로 부터 발바닥을 보호할 수 있다.

초반 하이킹을 했을 때, 평소 운동화를 신을 때처럼 신발 끈을 묶고는 했었는데 물집으로 가득한 제 발 상태를 본 어떤 하이커는 신발 끈을 제대로 묶지 않아 물집이 생긴 것일 수 있다며 신발 끈 제대로 묶는 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떻게 신발끈을 묶느냐에 따라 물집으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평소 운동화를 신듯 신발 끈을 묶은 상태에서 오랜 시간 하이킹을 하였을 땐 신발 안에서 발이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의 방법대로 신발 끈을 묶은 후에는 발이 알맞게 고정이 되어 물집이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좋은 신발과 양말을 갖춘다고 해도 신발 끈을 제대로 묶지 않으면 물집이 생길 수도 있으니 위의 그림을 참고하셔서 올바른 방법으로 끈을 묶어주시는 것이 좋겠죠. 참고로 저는 녹색의 방법을 이용해 신발 끈을 묶었습니다.

④테이핑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도 물집이 생긴다면 테이핑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나, 테이핑을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평평하게 텐션을 잘 유지해 상처 부위에 붙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마찰을 발바닥에 가하게 되니 추가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끊임없이 괴롭히던 물집도 적응이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태양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무릎 부상을 극복하고 물집에 적응을 하며 길을 걸어도 딱 한가지 적응이 안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캘리포니아 구간의 뜨거운 더위입니다.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702Mi(1,130Km) 동안 이어지는 사막 지형에서의 더위는 모든 PCT 하이커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인데요.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어떻게 사막 구간을 통과했는지 간략하게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영화에서만 봤던 모하비 사막을 건너는 경험은 황홀했다.

① 충분한 수분 섭취
사막을 건너는 동안 가장 신경 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물’입니다. 내리쬐는 더위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한데, 사막 지형에서 물을 구하기가 여간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어디에 물이 흐르는지 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2화에서 소개 드린 두 가지의 애플리케이션 'Halfmie’s / 무료' 과 'Guthook‘s / 유료'을 통해 물의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고, PCT Water Report 사이트를 통해서 업데이트 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안되는 트레일에서 PCT Water Report 사이트를 통한 확인은 불가능하니 재보급지에 도착해 트레일로 떠나기 전에 확인하여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PCT Water Report 사이트 : https://pctwater.com/

② 자외선 차단
장시간 뜨거운 햇빛에 노출되면 열사병, 시력저하 등 신체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길을 걸으며 더위로 인해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코피를 흘린 적이 있는데요. 뜨거운 더위와 자외선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이 잘 되는 모자를 착용하고 선글라스 착용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이도 저희는 UPF50+의 자외선차단수치 최고의 선데이애프터눈즈 모자를 착용함으로써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자외선 차단을 위한 UPF50+의 선데이애프터눈즈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사막이 그저 힘든 것만은 아닙니다. 모든 것이 결핍되어 있고, 무거운 배낭에 의해 어깨가 짓눌리고, 뜨거운 더위에 몸이 녹을 듯하지만 이를 견디고 나아가다 보면 환상적인 자연이 힘들었던 순간을 치유해주기라도 하듯 나타나기도 합니다.


환상적인 이 한 순간에 힘들었던 모든 순간이 잊혀졌다.


PCT하이커에게는 700Mi은 상징적인 순간이다. 드디어 사막이 끝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구간을 지나면서의 "에피소드 2부. 험난한 고산, 곰의 습격"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