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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이옛길 백패킹




괴산 산막이옛길은 달천을 끼고 걷는 길이다.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백패킹 입문 코스.
하지만 백패킹 부터 카야킹 까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더위를 피하는, 아니 즐기는 방법
올해는 더위가 참 일찍도 시작되었다. 8월 초에나 나타나던 열대야가 7월 초에도 나타났으니. 이열치열이라고, 더위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위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라 하는 이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에어컨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더위를 피할 길은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랬다고, 더위를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연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더위를 즐기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생각 같아서는 푸른 바다로 돌진하고 싶지만 어딜 가나 인산인해를 이룰 게 뻔하다. 깊은 산 속 맑은 계곡에 풍덩 뛰어들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8월 무더위를 앞두었으니 잠시 아껴두기로 한다. 대신 물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을 찾기로 했다. 4월에 다녀온 사명산 백패킹 이후로 3개월이 흘렀으니 감각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볍게 다녀오자, 이것이 이번 백패킹의 컨셉이었다.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대략 두 가지 기준을 잡았다. 나무가 우거진 길이었으면 좋겠다, 초보자들도 쉽게 갈 수 있도록 경사가 가파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7월 중순 어느날, 우리는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주차장에서 배낭을 꾸리고 있었다.


배낭을 꾸린 다음 개인별로 등판 사이즈를 조절한다. 조절이 쉽고 피팅이 잘 된다는 게 큰 장점.


소나무 출렁다리. 그래도 이런 재미가 있는 게 좋다.


미스테리 랜치 캐비넷. 확장성의 끝판왕.


산막이옛길 안내도. 푸른 강 부분이 하천이다.

산막이옛길에 들어서다
우선 괴산군청 홈페이지에서 연결된 산막이옛길 사이트에서 코스에 대해 알아보자.

괴산에 있는 숲속 자연의 보고 ‘산막이옛길’ :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마을까지 연결됐던 총 길이 10리의 옛 길로써 흔적처럼 남아있는 옛길에 덧그림을 그리듯 그대로 복원된 산책로이며 옛길 구간 대부분을 나무받침으로 만드는 친환경 공법으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여 살아있는 자연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막이옛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은 괴산의 백미로 꼽을 수 있는 곳이다.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 연리지. 다소곳한 저 두 무덤의 인연은 어땠을까.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배. 이튿날 나올 땐 저 배를 타고 나왔다.


길은 내내 이런 분위기를 이어간다. 때론 흙길로, 때론 데크길로.


중간중간에 등산로로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다. 산행을 원한다면 이 길로 접어들면 된다.

‘충청북도 괴산군’ 여름의 숲처럼 짙은 녹색의 이정표가 낯설다. 백패킹을 하면서 우리나라 여러 곳을 제법 떠돌았지만 괴산은 딱히 여행 삼아 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괴산에는 화양계곡으로 유명한 속리산국립공원이 있다. 출발 전에 사무실에 걸린 우리나라 지도를 봤다. 파주와 부산을 잇고 속초와 진도를 연결하면 두 선이 만나는 곳이 괴산이다. 한반도의 남쪽만 따지자면 무게중심 같은 곳이란 뜻이다. 유일한 내륙도인 충청북도의 모양은 그믐달 모양인데, 오목한 쪽의 한 가운데가 괴산이다.


뉴어드벤쳐 요크 시스템이 적용된 캐비넷.


산막이옛길에는 이처럼 낙락장송들이 즐비하다.

아, 비 소식이 있었다. 태풍 네파탁 얘기다. 주차장에 도착한 게 오후 3시 무렵이었다. 하루 중에서도 가장 뜨거울 때지만, 뜨겁다기보다는 후끈한 쪽에 가까웠다.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배낭만 꾸렸는데도 팔뚝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하늘 역시 구름이 가득하다. 그나마 태풍의 세력이 약해졌다니 다행이다. 이 참에 미스테리 랜치에서 새로 나온 배낭커버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한여름 백패킹 중의 비 소식은 사실 ‘굿 뉴스’다. 무더위에 달구진 땅과 몸을 식혀주니까. 일단 배낭을 단단히 여미고 산막이 십 리 옛길을 걷기로 한다.


중간 부분에 있었던 연못. 간혹 개구리들이 보이기도 했다.


사진 왼쪽의 배낭이 핀틀러다. 핀틀러에는 원래 헤드가 없다. 다른 배낭의 헤드를 달아 확장시켰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10분 정도 걸으면 바로 물을 볼 수 있다. 달천이다. 물가엔 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배를 타면 달천을 거슬러 오르면서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여기서 시작된 산막이옛길은 내내 달천을 따라 흘러간다.

달천은 속리산 부근에서 발원해 보은과 괴산을 지나 충주에서 남한강에 합류한다. 그러니 한강으로 치면 중상류 지역이 되겠다. 길이는 약 120km, 그러니 달천만 놓고 봐도 산막이옛길 구역은 중류에 해당된다. 강폭은 200m 정도다. 최근에 비가 왔다고 하지만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라서 수면은 다른 때보다 조금 낮은 편이다.


코스 중간 지점의 안내도.

산막이옛길은 선착장 옆으로 이어진다. 소나무 숲 사이로 출렁다리가 보이면 길을 잘 찾은 것이다. 길지 않은 출렁다리지만 꽤 긴장감이 있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평평한 길들이 내내 이어진다. 긴장할 필요도 없고, 가파른 오르막에 대비해 힘을 비축할 필요도 없다. 장 보면서 마련한 행동식이 민망할 정도다. 다만 움직이기만 해도 땀은 비 오 듯 흐르니 물은 꾸준히 물은 꾸준하게 마시게 된다. 그나마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면 언제 빗방울이 떨어질 것인가, 정도였다. 이런 코스는 길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되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저 아래 달천으로 간간히 배가 지나가는 모습도 보면서 말이다.


어느 부분이 엉덩이 부분인지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게 흠이라면 흠.


호랑이동굴 앞에 호랑이 조형물이 있다. 조형물은 귀엽기 짝이 없지만, 댐 없고 길 없던 시절에는 호랑이가 살았을 법도 하다.


시원한 물 한 모금하고. 앉은뱅이 일으켜 세웠다는 영험한 물이라 한 바가지 먹고 배낭 벗고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이렇게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이처럼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이처럼 햇볕도 그다지 들지 않는 그늘에서 걸을 수 있는 길을 주민들이 그냥 둘 리 없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산책 삼아 운동 삼아 물병 하나 들고 산막이옛길을 거니는 주민들이 많다. 이렇게 주민들이 많이 찾다보니 뭔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인지 소소한 재미가 곳곳에 있다. 두 그루 나무가 얽힌 곳에는 ‘정사목’이라는 이름을 붙였고(그렇다, 정사를 벌이고 있는 두 그루 나무란 뜻이다), 약수가 나오는 곳에는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웠다는 전설을 붙여 앉은뱅이 약수라고 불렀다. 아, 정사목은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형태라는 설명이 있다. 달천을 전망하기 좋은 전망대는 코스 곳곳에 있는데 그 중 제일은 역시 고공전망대다. 심지어 예전에 호랑이가 드나들었다는 호랑이굴도 있다. 호랑이굴 앞에는 호랑이 조형물을 놓았는데, 귀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한반도 지형 앞에 위치한 전망대. 그냥 가기 아쉬워 전망을 둘러보았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문득문득 강물을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앞서 산막이옛길이 10리라고 했는데, 10리면 4km, 평지에서 걷는 속도가 시속 4km이니 10리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리다. 때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만나기도 하지만 계단 40개로 이루어진 마흔고개가 제일 높은 고개이니 산막이옛길의 경사도는 애교 수준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잰 걸음으로 간다면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도 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맨얼굴의 자연도 반갑고 오랜만에 신은 등산화와 역시나 오랜만에 맨 배낭의 느낌이 좋아 그 순간들을 즐기기로 했다. 전망대가 나오면 꽤 너른 폭으로 흐르는 달천을 바라보았고, 앉은뱅이 약수터에서는 배낭 풀고 잠시 앉은뱅이가 되어 목을 축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뭐 이런 재미 아니겠는가.


마흔고개다. 달리 마흔고개가 아니라 계단이 40개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나무가 이룬 터널. 덕분에 해가 들지 않아 선선하다.

마흔고개 넘어서였을까? 뭔가 떨어지는 듯했다. 5시간 넘은 시간이었으니 비가 온다고 했던 시간이다. 하늘의 표정 역시 비가 와도 어색하지 않다. 비가 잠깐 내리다가 그쳤으나 거의 선착장에 다 왔을 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달천에는 자잘한 동심원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동심원들이 점점 커졌다. 동시에 배낭에도 투둑,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칠 비는 아니고 숙영지까지는 그래도 좀더 걸어야 하니 배낭 커버를 꺼내 씌웠다. 대신 비옷은 걸치지 않았다. 이 정도 비는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좀 씻고 식히는 데 안성맞춤이니까. 대신 꺼내기 쉬운 곳으로 옮겨 빗방울이 굵어질 경우를 대비했다. 물론 갈 길이 멀거나 빗방울이 굵다면 바로 입는 것이 정석이다.


덥고 습한 날씨에 땀이 비처럼 흘러 중간에 물을 보충해야 했다. 카타딘 정수기가 빛을 발한 순간.

산막이선착장에 도착했다. 처음 생각했던 일정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막상 여기서 짐을 풀자니 뭔가 아쉬운 거다. ‘텐트 냄새’ 맡는 데 의미를 두자고 농처럼 주고 받았지만 이제 슬슬 몸이 풀어져 뭔가 더 움직이고 싶은 타이밍이다. 조금 더 움직여보자. 5분 정도 더 걸으면 뭔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내는 삼신바위에 도착한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정수한 물로 물통을 채우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가던 방향으로 쭉 트레킹을 이어 양반길을 따라 달천 건너 양반길을 걷든지, 산막이선착장으로 돌아가 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삼성봉으로 올라 능선 어디쯤에서 텐트를 치고 아침에 천장봉 들러 하산을 하든지. 걱정스러운 건 6시 30분이라는 시간, 다행인 건 여름이라 해는 아직 꽤 길게 남았다는 것. 걱정스러운 건 내리는 비, 다행스러운 건 아직은 슬림한 빗줄기. 뭐 대략 이런 상황이었다. 양반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10분도 채 못 가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멀리 달천을 건너는 다리가 보였지만, 눈 앞에는 ‘위험, 출입금지’ 푯말이 굵은 동앗줄에 얽혀 길을 막고 있었다. 일단 삼신바위로 돌아왔다. 다시 선택해야 했다. 텐트를 칠 것인가 산으로 올라갈 것인가.


산막이 선착장을 지나 양반길을 향했다. 하지만 공사 때문에 출입이 금지되어 되돌아왔다.

우선 근처에 텐트를 칠 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삼신바위가 있는 쉼터도 텐트 두어 동 치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통행에 지장을 주고 싶지도, 다니는 이들의 방해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바로 옆으로 보이는 오솔길을 따라 100m쯤 들어가 보니 너른 공터가 나왔다. 오케이, 숙영지는 확보. 다음은 산으로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원래 백패커들에게 산막이옛길은 옛길 자체보다 길 서쪽의 등산로가 더 유명하다. 산막이옛길 입구 선착장에서 산으로 들면 등잔봉이 나오고 남쪽으로 내려오면 천장봉과 삼성봉을 거친다. 등잔봉과 천장봉 사이엔 한반도 전망대가 있다. 보통 능선 어디쯤에 텐트를 치기도 하고 코스가 길지 않아 산행을 마친 후 선착장 주변에 피칭을 하기도 한다. 해가 길다고 해도 능선에 오르면 이미 어두워진 다음, 혹 빗줄기라도 거세진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애당초 능선을 목표로 하고 왔다면 헤드랜턴 켜고 우의 입고 천천히 오르면 그만. 우리는 산행 코스가 이미 여러 매체에 백패킹 장소로 소개된 적이 있어 새로운 사이트를 찾겠다 생각하고 왔다. 어딘가 더 가고 싶은 마음은 다음에 풀기로 하고 텐트를 치기로 했다.


각자 텐트를 치자마자 빗방울이 굵어져 타프를 후다닥 폈다. 장정 넷이 붙으니 5분 만에 세팅 완료.


비는 밤새 내렸다.

풀들이 웃자랐지만 평평한 지형인 데다 돌이 거의 없고 땅이 단단하여 하룻밤 캠핑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다. 작은 텐트 네 동을 가장자리로 치고 나니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그래도 텐트 치는 그 10분 동안 참아준 게 어디냐 생각하며 타프를 중앙에 친다. 사내 4명이 달라붙으니 5분 만에 그럴듯한 피난처가 마련되었다.


후드 배낭 커버. 옷과 배낭 사이로 빗물이 흐르는 걸 막을 수 있다.

내리는 비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대상이 되자 현실적인 과제가 떠올랐다. 이른 점심을 먹은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자연에 들었으니 소박한 밥상도 꿀맛이다. 술 한 잔도 곁들였다. 되도록 짐을 가볍게 줄이는 걸 모색하고 있는지라 술도 한 잔씩만 나누었다. 허기를 메우고 돌아보니 사이트가 참 아늑했다. 인공적인 시설과 불빛이 없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간단한 식사와 술 한 잔,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통의 바람은 이튿날 비가 그치는 것.

간단한 식사를 마치니 드디어 이번 캠핑의 백미를 즐길 시간. 차 한 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거다. 한 고급 세단 광고에서 이성민과 조진웅이 주고 받은 이야기도 개구리 울음소리 배경음악 삼아 나누었고,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와 유해진이 설거지까지 마쳐놓고 맥주 한 잔 홀짝이며 나눌법한 이야기도 오갔다. 각자의 텐트로 헤어지기 전에 나눈 이야기는 무척 현실적인 바람이었다. ‘내일 아침에는 비 그쳤으면 좋겠다.’


비가 그치는 중이다. 이미 젖은 텐트야 말리면 될 일이고, 더 이상 내리지 않는 게 어딘가.

이튿날 아침, 날씨는 어땠을까. 사실은 이른 새벽에 빗소리에 잠을 깼다. 빗소리도 제법 굵었다. 비가 가늘면 ‘비야 그쳐라, 제발 그쳐라’하며 계속 뒤척이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올 테면 와라, 비 온다고 밥을 못 먹냐, 텐트를 못 걷냐, 해 뜨면 말리면 된다’ 하며 포기하게 된다. 다시 자다가 발자국 소리에 잠을 다시 깼다. 먼저 일어난 일행이 있나보다 생각했다. 잠시 후 목소리가 들렸다.
“이른 시간에 죄송합니다. 혹시 일어나신 분 계십니까? 근처 사는 주민이에요.” 화들짝 놀라 텐트 문을 열었더니 인상 좋으신 어르신 한 분이 우산을 받치고 계셨다.
“밤새 춥진 않으셨어요? 여기 텐트 치고 주무시는 거 좋아요. 다 좋은데 딱 두 개만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주변 농작물 그냥 내버려두시면 되구요, 쓰레기만 버리지 않으시면 됩니다. 저렇게 쓰레기를 비닐봉투 하나에 싹 담아두셨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만요. 조심히 내려가세요.”


산을 휘감은 구름이 묵직하다.


비가 완전히 그쳤다. 간단한 식사로 아침을 해결했고, 슬슬 철수할 준비를...


빗물은 최대한 털어내는 게 좋다.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 밥 먹고 차 한 잔 나누었던 자리를 말끔하게 정리해 쓰레기도 작은 봉투 하나에 다 모아두었는데, 그걸 보시고 마음이 좋아지셨던 모양이다. 사실 텐트를 치면서 혹시 사유지가 아닐까, 밭 주인이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없진 않았으나 어르신과의 대화로 그런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 되어버렸다.


이번에 함께한 헬 스포츠 히말라야 익스트림2

어르신이 내려가신 후 거짓말처럼 비가 갰다. 그렇다고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밀진 않았지만 비가 갠 것이 어딘가.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텐트의 물기를 툭툭 털어내고 사이트를 정리했다. 돌아 나오려는데, 어르신의 점잖은 목소리와 미소가 떠올라 다시 한 번 사이트를 둘러보았다. 텐트 쳤던 자리 수풀이 눕고 펙 박은 자리만 살짝 패였을 뿐 어제 들어올 때와 달라진 건 없었다.


저녁에 타프를 치고 겨우 하룻밤 지났을 뿐인데... 일찍 일어난 거미가 집이라도 한 채 더 짓는 법이다.


숙영지에서 15분 정도를 걸어 산막이나루에 도착했다. 여기서 배를 탄다. 멀리 정자가 보인다. 한반도 지형에 있는 정자다.


놀멘놀멘 두어 시간 걸어서 왔던 길을 15분 만에 되돌아갔다.

나올 땐 산막이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산막이옛길 입구까지 왔다. 어제 걸었던 길을 배를 타고 다시 보니 참 좋았다. 바람 좋은 가을에 시간 내어 다시 오고 싶다. 그땐 좀 서둘러 산줄기를 타고 산막이선착장에 닿으리라. 그리고 한 가지. 배를 타고 오면서 다음엔 직접 노를 저으며 배를 타고 싶어졌다. 카약이나 카누를 이용해 뱃길을 이용하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던 거다. 배에 백패킹 장비들을 싣고 어디든 내려 적당한 장소를 찾아 하룻밤 머물고 싶어졌다. 카약 카누까지 아니라면 팩래프팅도 좋다. 물에선 노를 저어야 제맛이니까. 물론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는 기본, 선착장도 있고 중간중간에 완만한 경사의 물가도 있으니 위험할 일도 없다.


널찍한 장소와 시원한 조망, 걷는 이를 방해하지 않고 그들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인공적인 빛도 없어 자연 속 하룻밤을 만끽한 산막이옛길 백패킹.

아, 산막이옛길을 걷는 내내 궁금했다. 길 이름은 산막이마을까지 이르는 길이라 그렇다 치고, 그 마을은 왜 ‘산막이마을’일까. 사무실에 도착해 텐트와 타프를 말리며 찾아보니 ‘산으로 막힌 마을’이란 뜻인 듯하다. 산막이마을에서 보면 산들이 사방을 마치 병풍처럼 둘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당연히 오지였고, 마땅한 길이 없어 배를 타고 드나들었는데, 그 뱃길이 사라져버린 거다. 1950년대 괴산수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댐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 길이 없으니 어떡하나, 길을 내야지. 그래서 괴산댐을 둘러싼 산 비탈을 둘러 만든 길이 산막이옛길이었다.

'미스테리 랜치&헬스포츠와 함께 하는 백패킹, 괴산 산막이옛길' 편, 세 줄 요약.
1. 평지길 4km를 선택하면 1시간 정도의 가벼운 백패킹 과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삼신바위 옆 오솔길 따라 100m 지점에서 좋은 박지를 찾을 수 있다.
2. 평지길이 너무 심심하다면 등산 코스를 선택 할 수 있다. 약 4.4km (3시간) 정도가 소요 된다.
   관련 박지와 등산 코스는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3. 물의 흐름이 세지 않아 카약킹, 카누잉, 팩래프팅과 캠핑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지형적으로 카누를 접안해 놓을 수 있는 지점이 있으며, 접안한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음이 동하시는지. 그럼 마지막으로 산막이옛길이 어디에 있는지 지도를 통해 확인해보자.


우리나라 유일한 내륙도인 충청북도. 충북 중앙에 빨갛게 표시된 부분이 괴산군이다. 좀 확대해서 볼까?


괴산군을 관통해 충주를 향해 흘러가는 저 파란 선이 달천이다. 파란색 네모 부분이 바로 산막이옛길이 있는 부분이다. 다시 확대!


이제 코스를 보자. 산막이옛길 입구 주차장(P)>>>차돌박이선착장>>>산막이옛길>>>산막이선착장>>>삼신바위>>>야영지. 삼신바위는 이동경로 중 마지막 V자 모양으로 꺾이는 지점이다.

산막이옛길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아래 괴산군청 홈페이지의 산막이옛길 사이트에 있다.
http://sanmaki.goesa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