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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은 내가 만든다" - 이경원 오지예 부부







강원도 인제 하늘내린터에 이경원 오지예 부부가 헬스포츠 발할을 설치하고 나무와 캠핑을 즐기는 풍경.



스스로 길을 만드는 즐거움
_ 이경원, 오지예 부부




강원도 인제의 깊은 숲 속, 헬스포츠의 발할을 치고 나무와 함께 놀고 있는 이경원, 오지예 부부를 만났다.
나무는 이들이 키우는 래브라도리트리버의 이름이다. 나무는 순하지만 장난기가 많았다.
이들 부부는 아웃도어를 즐기며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2기 헬스포츠 크루이기도 한 이들과 나눈 캠핑, 아웃도어, 자연, 라이프스타일 혹은 삶에 대한 이야기.



이경원, 오지예 씨 부부는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반려견과 함께 캠핑을 다닌다. 블로그와 SNS에서 이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며 몇 가지 질문들을 정리해봤다. 강원도 인제의 파란 하늘 아래 봄볕을 즐기며 나무와 놀고 있는 이들 부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초반은 궁금증을 해결하는 시간이었고, 수첩을 접고 함께 캠핑을 즐긴 시간은 자연과 삶에 대한 교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 아래 생활하다가 모처럼 만난 쾌청하고 파란 봄 하늘이 반가웠고, 자연을 즐기며 스스로 원하는 가치를 찾아 살아가는 캠퍼와 나눈 이야기가 무척 즐거웠다.


아웃도어 매니아 이경원 씨와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오지예 씨.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나무와 함께 산책하는 시간.


한적한 캠핑장의 봄과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산책.


사람이 없을 땐 줄을 풀기도 한다. 부부 오른편으로 신나게 뛰어가는 나무가 보인다.



날 것의 자연을 좋아하는 남자,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여자

이경원 “캠핑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중학교 다닐 때 보이스카웃을 했죠. 1991년 세계잼보리도 참가했어요. 인라인스케이트도 좋아했고, 스노우보드, 클라이밍, 오리엔티어링, MTB 등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부르는 것들을 주로 좋아했습니다. 아마도 자연에서 뭔가 즐기는 게 좋았던 거 같아요.”

오지예 “저는 사실 아웃도어나 캠핑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요. 남편 만나기 전에는 대다수의 평균적인 여자분들처럼 여행을 좋아했죠. 깨끗하고 편안한 호텔에서 푹 쉬고, 차로 좋은 곳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거나 피하기보다 즐기는 편이에요.”

두 사람은 직장에서 만났다. 이경원 씨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해서 즐기다가 일이 되었다. 월드인라인컵이라는 인라인스케이트 국제대회의 기획과 운영을 맡으며 스포츠마케터의 길로 들어섰고 레포츠 천국 인제군의 스포츠마케팅을 담당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아웃도어는 어떤 거 좋아하세요?”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쯤에서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아웃도어 액티비티 중에 하지 않는 거나 싫어하는 걸 물었어야 했다.

이경원 “아웃도어라고 다 하진 못하죠.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요. 하지만 관심이 가는 건 기회를 만들어서 다 해보려고 합니다. 다만 한 가지 하지 않는 건 골프에요. 골프는 뭔가 심장이 쿵쾅거리는 듯한 떨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골프는 하지 않았어요. 골프가 사교를 위한 스포츠로 유행하던 시절에 전 와인을 공부했어요”

오지예 “저는 오히려 골프를 쳤어요. 골프를 배웠는데 재미가 있어서 연습장도 가고 필드도 나가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골프는 절대 안 한다는 거에요. 몇 번 설득도 해봤는데 실패했죠. 그러나 남편 따라서 뭔가 새로운 걸 해봤는데, 무섭긴 했어도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경험하게 되었고 재미도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여기 인제에서 번지점프 할 때는, 처음 하는 거였는데, 발목에 묶고 뛰어내려 얼굴에 피멍이 들었어요. (웃음)”

인제 내린천에 설치된 번지점프의 높이는 63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 그리고 처음 도전하는 이들은 하네스를 허리에 묶는다. 오지예 씨는 첫 번지점프를 인제에서 발목에 줄 묶고 도전했다. 발목에 묶으면 간혹 피가 쏠려 코피가 나는 경우도 있다는데, ‘다행스럽게도’ 코피는 나지 않고 피멍만 들었다고.


뉴질랜드로 떠난 캠핑카 신혼여행. 사진제공 이경원 오지예 부부


최고의 트레킹은 역시 신혼여행 중의 트레킹. 사진제공 이경원 오지예 부부.


카약도 경험했다. 텐덤으로 골라 스프레이스커드는 하지 않았다. 사진제공 이경원 오지예 부부.


이 풍경을 잊지 못해 결혼 10주년에 뉴질랜드를 다시 찾기로 했다. 사진제공 이경원 오지예 부부.



뉴질랜드 트레일러 캠핑 신혼여행

3년 연애 끝에 이들은 결혼에 골인했다. 사실 오지예 씨는 결혼에 큰 관심이 없었다.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정말 결혼하고픈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필요든 상황이든 나이든 사랑 외 다른 이유로 결혼을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함께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면서 든든함은 곧 사랑이 되었다. 신혼여행 역시 어떻게 해야 더 즐겁고 추억에 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뉴질랜드로 정했다.

오지예 “‘미쳤구나!’ 이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어요. 백퍼센트 싸우고 돌아온다, 그나마 여행 다 마치고 돌아오면 다행이다, 별별 말이 많았어요. 우린 그동안 아웃도어에서 쌓은 서로에 대한 신뢰만 믿고 갔죠. 가서 어땠냐고요? 정말 환상적으로 좋았어요.”

이경원 “사실 뉴질랜드를 가자고 한 건 저였어요. 스포츠마케팅을 할 때 늘 성공사례로 드는 도시가 캐나다 밴프와 뉴질랜드 퀸즈타운이었는데, 밴프는 가본 적이 있어 퀸즈타운으로 정한 거죠. 대신 일반적인 신혼여행이 아니라 캠핑 트레일러를 빌려 캠핑을 하며 돌기로 했어요.”

오지예 “한 달이라는 장기간의 해외여행은 처음이었고, 캠핑 역시 경험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캠핑 초보였어요. 두려움도 있긴 했지만, 아시잖아요, 새로운 거 좋아하는 거. 자연도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을 진짜 아름답게 만드는 건 사람들이었어요. 자연도 거리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깨끗했고, 여행을 마친 이들이 여행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남은 것들을 선물로 주는 모습이 참 아름답더군요. 그래서 결혼 10주년이 되면 다시 가기로 했어요. 그땐 아마 아이와 함께겠지요.”


나무와 함께 즐기는 캠핑. 산책 떠날 준비를 마치고 출발 전에.


부부의 캠핑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척박스. 하나하나 이야기가 배어 있다.


발할은 설치할 때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대신 구조와 원리가 간단해 혼자서도 뚝딱 칠 수 있다.


아 저 발할의 공간감과 개방감을 어쩔 것인가. 쓰면 쓸 수록 반하게 되는 발할.


하늘내린터에서는 장작을 직접 패서 쓸 수 있다. 캠핑장의 흔한 봄날 풍경.



자연스러운 캠핑 입문

보이스카웃 출신이 자연에서 노는 걸 좋아하면 캠핑을 즐기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 게다가 일도 스포츠마케팅, 그중에서도 아웃도어 스포츠마케팅이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큰길에 익숙해지면 숲 속으로 난 조붓한 샛길이 눈에 들어오는 법. 생활과 취미가 캠핑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지금 가평의 한 사과창고를 인수해 아웃도어 커피 라운지로 꾸미고 있다. 이름은 외출이란 의미의 ‘아우팅’. 남자들이 헤어날 수 없는 창고 혹은 다락방, 그러니까 작업실에 대한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예전부터 함께 활동하던 이들과는 정식으로 팀을 꾸렸다. 그렇다고 경쟁대회에 나가겠다는 건 아니고 어차피 함께 즐기던 것을 보다 체계적으로 즐기고 콘텐츠도 만들고 싶어서다. 팀 이름은 라온제나(RAONJENA), 순수한 우리말로 ‘즐거운 나’라는 뜻이다. 랜턴이나 구형 카메라를 모으는 취미도 생겼다. 고장난 등유 랜턴을 베란다에서 뜯어보고 고치고 있노라면 몇 시간이 지나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 게다가 손재주가 좋아 간혹 캠핑용품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척박스는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캠핑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좋은 장비를 보는 눈도 생겼다. 지난해 그의 눈에 띈 녀석이 헬스포츠 피엘하이멘이다. 피엘하이멘에 빠져서 알아보던 차에 새롭게 눈에 띈 게 발할. 사진 속 맑은 인제의 하늘을 배경으로 선 녀석이 발할이다. 그래서 헬스포츠 크루에 지원하게 되었고 선정이 된 것. 3개월 동안 발할을 써본 그의 평가는 어떨까?

이경원 오지예 “아주 만족스러워요. 저는 텐트를 볼 때 공간을 봐요. 공간이 좋으면 무게는 무시해요. 제가 들고 가면 되니까요. 발할은 공간이 정말 실용적이에요. 양쪽으로 이너텐트를 걸 수도 있지만, 한 쪽에만 이너를 걸고 다른 쪽엔 다른 사람의 자립식 소형 텐트를 쳐도 돼요. 공간감 다음으로 좋았던 건 개방감과 결로. 문 4개 다 열면 개방감이 엄청나죠. 결로도 거의 없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뒷산으로 떠난 산책. 신난 나무.


산책을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웅덩이에서 물놀이!



나무와 함께

이경원 오지예 커플의 삶에 나무가 들어온 건 1년 4개월 전이다. 그 전엔 고양이를 키웠지만 알다시피 고양이는 주인과 함께 하는 걸 반기지 않는다. 나무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지능도 좋고 침착하고 친절한 데다 인내심도 좋고 사교성도 좋다. 함께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이보다 적절한 견종이 있을까. 밖에만 나오면 나무는 쉬지 않고 뛰어다닌다고 했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한 시간만 같이 놀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만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금세 친해졌고 부메랑 하나로 몇 시간을 놀았다. 지친 건 나무가 아니라 우리였다.

현재 러프웨어 앰버서더 활동을 하고 있다. 러프웨어, 미국의 아웃도어 애견용품 브랜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웃도어 용품이 아니라 단순히 명품으로 브랜딩이 되었는데, 브랜드 입장에서는 만든 목적에 맞게 아웃도어에서 사용하길 바랐을 터. 이들 부부는 나무랑 신나게 돌아다니면서 캠핑하는 모습을 담아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렸는데, 러프웨어 본사에서 그걸 본 거다. 단순한 홍보대사가 아니다. 이경원 씨가 아디다스 테렉스 팀에서 스포츠마케팅을 할 때 알게 되 반해버린 모험가 딘 포터와 그의 반려견 위스퍼도 러프웨어의 앰버서더였다. 앰버서더가 된 후에 달라진 건 뭘까? 더 열심히 다니게 된 거라면서 부부는 웃었다.

나무와 함께 다니면서 캠핑의 스타일도 달라졌다. 우선 먼저 느끼게 된 차이는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점. 다른 캠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게 되었다. 모닥불을 피울 땐 주변에 오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고 장작을 팰 때에도 저만치 떨어져 있도록 해야 한다. 반려견을 생각하면 자유롭게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지만 혼자 쓰는 캠핑장이 아니니 때로는 묶어놓아야 할 때도 있다. 상황이 마땅치 않을 때는 단조펙을 이용해 고정시킨다. 텐트 안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자리를 비울 때에도 커피를 남겨놓지 않아야 한다. 반려견들에게 커피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달라진 건 식사에 들이는 시간이 줄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모닥풀을 피워 더치오븐이나 롯지를 이용해 요리를 하고 음식을 즐겼지만 이제는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나무와 놀거나 산책을 한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혼자 쉬려고 앉아 있으면 나무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함께 놀자고 칭얼대며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이경원 "반려동물이라 할 때 '반려'란 가까이 두고 의지하는 것을 말해요. 아내는 나의 사랑하는 반려자이고, 나무는 나의 사랑하는 반려견이죠. 가족은 함께 의자하며 서로 기대 살아가잖아요. 가족 구성이 달라지면 생활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죠. 그리고 특별히 반려견과 함께 하는 캠핑이 최고다, 이런 건 아니에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걸 내가 좋아하는 사람, 동물과 함께 하면서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는 거죠. 그렇게 긍정의 에너지가 배로 늘어나면 그걸로 이유는 충분하죠."

오지예 “어디선가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는 개에게 줄 수 있는 만큼의 시간과공간을 주고, 우리가 줄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준다. 그리고 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준다. 나무랑 캠핑을 다니면서 그 말을 자주 생각하게 돼요. 정말 그렇거든요. 이제는 단순히 반려견을 캠핑장에 데리고 가는 캠핑이 아니라 반려견과 함께 놀고 산책하고 시간을 보내며 공감을 나누는 캠핑이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그런 단계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산책 준비를 하면서 이들은 나무에게 진드기 회피제를 뿌렸다. 예전에 함께 캠핑장에서 뒷산을 산책했는데 진드기가 엄청나게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알려주는 반려견 캠핑의 꿀팁, '이거 하나만 기억하라' 싶은 게 있다면 뭘까.
'잠자기 전에 음식물은 치워라.' 단순히 당신의 반려견이 먹지 않도록 하라는 게 아니다. 오지캠핑을 즐길 때 남겨둔 음식은 야생동물을 부른다. 멧돼지랑 싸우면 반려견이 다치겠지만 그런 사고만 위험한 게 아니다. 너구리가 와도 피부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려견주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지캠핑을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경원 “이제 5월인데, 바깥활동 하기 정말 좋은 때잖아요. 캠핑장은 아니지만 춘천의 오지로 나무랑 캠핑을 갈 계획이에요. 그리고 대청호 오백리길로 백패킹을 떠날 생각이고요. 뭐 아직 확정한 건 아니지만, 6월에는 제주도로 좀 길게 여행을 다녀오려 합니다. 걷다가 해 지면 캠핑하고, 눈 뜨면 걷고. 일정은 아내와 조율하고 있어요.”

오지예 "사실 저는 남도 쪽으려 여행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남도쪽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물론 제주도도 거기에 포함이 되죠. 제주도만 가게 될지, 남도를 돌다가 제주도도 들르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풍경,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이니 어느 쪽이든 무척 즐거울 것 같습니다."

어느새 친해져 옆에서 장난을 치는 나무를 보고 있으니 이런 녀석 하나 들여 함께 놀고 뒹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활이 되면 잠깐의 체험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나 고민들이 생기겠지만, 그만큼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못했던 기쁨과 감동 또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쁨과 감동 중 으뜸은 무엇일까? 모를 땐 물어보는 게 빠르다. 상투적이지만 물어봤다. 나무와 함께 하는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이 뭔지.

이경원 오지예 "동행이라는 점이죠. 인생과 견생의 동행. 하하."


캠핑견 3년이면 장비를 나른다 했던가, 이제 2년차인 나무도 제 밥그릇은 스스로 나른다.


"아빠 정리할 동안 저 삼촌들이랑 놀고 있어"


멀찍이서 바라본 반려견 캠핑의 진짜 매력. 같이 놀 땐 놀고 각자 쉴 땐 쉬고.


나무와 산책할 때에는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두둥, 카타딘 등장.


캠핑장 안에서는 목줄을 묶어 잘 잡고 산에 들어가면 사람이 없을 때 줄을 풀고 자유롭게 가도록 한다.


하늘내린터 김황년 대표가 막 올라온 봄나물들을 말씀해주셨다. 곧 5월이면 온갖 나물과 야채들이 천지라고.



캠핑의 이유

인터뷰, 아니 인터뷰를 빙자한 캠핑은 강원도 인제의 하늘내린터 농원에서 이뤄졌다. 깊은 산 속이라 해는 빨리 졌다. 사방이 어두워 랜턴을 켰다. 분위기가 바뀌자 이야기도 달라졌다. 준비한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구했지만, 궁금한 건 더 늘어났다. 질문과 대답의 형식이었던 인터뷰는 이야기 혹은 수다의 형식으로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이경원 “반려견을 위한 캠핑장도 있어요. 예전에 간 곳은 각 사이트마다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반려견은 펜스 안에 방치하고 사람들끼리 고기 굽고 술 마시며 즐기고 있더라구요. 그게 무슨 반려견 캠핑이에요? 그런 곳은 다시는 안 가죠. 나무랑 산책하고 놀고 교감하려고 가는 건데…”

오지예 “예전에 일반 캠핑장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땅에다 그냥 불을 피우더라고요. 저러면 안 될 텐데 하고 말았는데, 다음날 철수할 때 보니 타다 만 숯들을 그대로 두고 가버렸어요. 아, 아무리 자연이 훌륭해도 사람이 바르지 못하면 소용이 없구나 생각했어요.”

이들 부부가 생각하는 캠핑은 자연에게 터를 잠깐 빌어 잠시 쉬다 오는 거다. 빌린 것이니 받을 때와 다름없이 깨끗하게 돌려주는 게 기본. 그건 오토캠핑이든 미니멀캠핑이든 백패킹이든 상관없다. 사실 구분 자체가 별 의미 없다는 게 이들 생각. 구분지어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킬 것 지키면서 제대로 즐기는 거니까.

이경원 “저도 언젠가 아이와 함께 캠핑을 하게 되겠죠. 그래서인지 가족 캠퍼를 유심히 보게 됩니다. 대략 두 부류가 있어요. 아이와 엄마는 시원한 차 안에 있고, 아빠 혼자 땀 뻘뻘 흘리면서 한 시간 동안 텐트 치고 타프 치고 테이블 의자 펴고 불 피우고 고기 굽고… 그런가하면 아이와 함께 치는 집도 있죠. 망치가 아이가 들기에 무겁잖아요. 그런데 망치랑 펙이랑 텐트 모서리에 놓고 다니는 아이를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선물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최고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뿐. 이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선물은 자연과 경험이다. 단어를 많이 알기 위해서 단어를 아는 게 아니라 자연에서 한 경험을 기억하고 떠올리기 위해 단어를 배우고 익히는 거다. 그림책에서 나무와 물과 바람을 배운 아이와 촉촉하고 서늘한 숲 속에서 연초록의 잎과 짙은 갈색의 기둥을 만지며 나무를 배운, 차가운 시냇물에 발을 담그며 물을 배운, 실컷 뛰어논 뒤 맞는 시원한 바람으로 바람을 배운 아이는 과연 같은 단어를 아는 것일까.


UPEOPLE 공식 인증샷. 나무와 함께 발할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시길.



OUTRO_내 길은 내가 만든다

이경원 씨의 블로그를 보면 프로필 사진 밑에 인상적인 글귀가 있다. hago mi propio camino. ‘내 길은 내가 만든다’는 뜻이다. 같은 글귀가 이경원 씨의 발목에서 새겨져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발목의 글귀 옆에는 즐거울 락(樂)자도 있다는 점 정도다. 이 두 글귀가 이들의 삶에서 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많은 사람이 간 길은 실패의 위험도 적고 긴장하며 갈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런 방식에 심장이 뛰지 않는다면, 더구나 옆으로 난 샛길을 봤다면 그 길을 가는 것도 방법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가는 풍경은 얼마나 지루한가. 사는 일에는 실패가 없다. 포기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사는 걸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는 없다.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결과 층이 있다. 스스로 선택했고 과정이 즐겁다면 성공에 가깝다. 짐작컨대, 이경원 오지예 씨 부부의 현재 위치는 아늑한 숲길 중간 어디쯤 될 것이다.